22년 이후로 불참했던 부산시민자전거축전을 올해는 이런저런 불편함을 참아내고 참가했다. 4월 진행이었지만 당시 악천후로 연기되면서 행사일이 6월로 연기된것도 참가를 결심 하게 된 이유였다. 올해 4월 날씨가 참 왔다 갔다 힘들었기 때문이다. 퇴근하고 12시에 집에 도착해서 거의 1년만에 트레이너에서 분리한 자전거를 여기저기 손보고 5시간 잠들었다가 삐그덕거리는 몸을 이끌고 화명동으로 향했다.
여전히 지겨운 도입부 주최측 초청인사들의 뻘소리를 들으면서 땡볕에서 35분을 기다렸다. 참가비 없이 매년 이런 행사 열어주는 부산시에는 정말 고마운 마음인지라 그 정도는 참아 줄 수 있다. 그런데 그와는 별도로 매년 발생하는 사고를 막기위한 안전 주의 의무에 대한 멘트는 전혀 없다는 점이 정말 올때마다 화가 난다.
어쨌든. 4년만에 참가한지라 두근대는 마음에 출발했다. 여전히 무질서하게 달리는 모습이 참 변함없다 싶다. 이건 참가자들 문제가 아니다. 전적으로 시에서 이와 관련한 주의사항을 출발 전에 공지하지 않은 탓이다. 안전 요원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지시하지 않은 탓이다. 동호회에서 그룹라이딩 꽤나 했다는 사람들도 잘 안지키는 도로 위 자전거 라이딩 법칙을 일반인, 그러니까 캐쥬얼하게 자전거 가끔 타는 시민들이 어찌 알겠나. 홈페이지에 안전사항이 나와있을지 몰라도 몇명이나 그걸 보겠나 싶다. 현장에서 몇 번 주의를 줘야 하는데, 병렬주행 금지라던지, 특정 위험구간의 추월 금지, 대회 코스에 일반인도 있으니 이에 대한 매너 주행같은 기본적인 요소라도 현장에서 주의를 줘야 하는데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점은 참..

부산시는 이 행사에서 매년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 한 번쯤 깊은 고민이 필요 할 것이다.
어쨌든 47km 평지 코스를 예전과 동일하게 신나게 달리고 왔다. 문제는 반환점에서 복귀하는 길에 발생했다. 사실 오늘 출발하면서 아침을 못먹어서 대충 손에 잡히는 파워젤 몇 개를 챙겨왔었다. 그런데 그게 유통기한이 2년이나 지났더라. 반환점에서 그걸 두어개 까먹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마지막 50분정도를 남기고 배에서 격렬한 신호가 온다. 아니 그보다 안장에서 엉덩이를 들어올리면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몽땅 무너질법한 신호가 왔다. 이때부터는 더이상 페달링이고 뭐고 눈에 보이는게 없었다. 그저 빨리 다음 간이 화장실이 나오기만을 바라며 안장에서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에만 신경을 집중했다. 뭐랄까…살짝이라도 방심했다가는 그 날이 나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바닥에 내팽겨져칠것이라는 극한 리얼리스틱 호러가 온몸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중학생이 추월하고, 가족 라이딩 그룹이 추월하고 왠 등산복 아재가 추월했지만 나에게는 단 일말의 집중력 저하도 허락되지 않았다.

문득 표지판이 하나 보인다. 이전 화장실까지 10km… 다음 화장실은 거리 표시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10km 보다는 가깝겠지 라는 막무가내식 생각으로 느리지만 천천히, 안장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으려 노력했다. 안장이 그야말로 마개 역할을 충실히 하던중이라 절대 뗄수가 없었다.

그렇게 사회적 존립과 라이딩 지속이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며 간신히 화장실을 찾았고, 나는 나로써 오롯히 존립할 수 있었다. 뭐 덕분에 코스 기록의 후반부 1시간 가량은 기록이고 뭐고… 엉망이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참 잘한거 같다. 어떻게 버텼을까 싶기도 하고 🙂

작년부터 스마트 트레이너로 열심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리셋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훈련을 이어왔기 때문에 꽤 잘 달릴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참가했지만 2년 지난 파워젤은 그런 나의 소소한 희망을 무자비하게 짖밟아 버렸다. 뭐…따지고 보면 안일하게 먹어도 별일 있겠어? 라며 3개나 흡입한 내 탓이지만.. 여담이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무섭다 파워젤…
낙동강 라이딩은 참 매력적이다. 부산에서 이정도 평지 코스는 어디를 찾아봐도 없을것이다. 심지어 차량들의 방해도 없다. 유일한 단점은 그늘 한 점 없는 땡볕 아래에서 몇시간이고 달려야 한다는 점이었지만 6월의 초여름 날씨에서는 견딜만하다. 제대로 달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내년을 기약하며 맺음 한다. 내년에는 파워젤 안먹어야지…


